어릴 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가족이니까, 부모님이니까.내가 사랑하는 걸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미안하다는 말 없이도, 다 알아주겠지. 그렇게 믿었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깨닫게 된다.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언젠가 그 말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아버지는 무뚝뚝한 분이었다.말수가 적고, 감정을 드러내는 걸 쑥스러워하셨다.어릴 땐 그런 아버지가 어색했고, 서운하기도 했다.나에겐 “사랑한다”는 말도, “수고했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나 역시 아버지를 따라가고 있었다.나도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아버지 생신이 다가오면 카카오톡에 “생일 축하해요”라고 딱 한 줄 쓰고, 그 밑에는 감정 없는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