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에도 예의를 잃지 않기로 했다

요즘 따라 일이 너무 많다.
처리해야 할 메일은 늘고, 회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퇴근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아, 오늘도 또 야근이네.”
무심코 내뱉는 말이 습관처럼 몸에 밴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아침부터 팀장님은 나에게 세 번째 기획안 수정을 요청했고,
그 와중에 거래처에서는 일정이 당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속으로는 불이 났는데, 겉으론 웃으며 “네, 조정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말자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팀 막내가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선배님, 혹시 이 부분은 제가 수정해도 괜찮을까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그건 내가 아까 한 말이랑 다르잖아. 아까 회의 때 뭐 들었어?”

내 말투는 짧고 차가웠고, 막내의 얼굴은 순간 하얘졌다.
내가 뭘 한 건지, 말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사실 그 친구는 틀린 말도, 무례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기분이 최악이었고, 그 타이밍에 말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에게 불쾌함이라는 감정을 전가해 버린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의 파도를 안고 산다.
특히 직장에서, 수많은 일과 관계 속에 감정은 늘 요동친다.
하지만 그걸 감정 그대로,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면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상처받는다.

나도 안다.
내가 화를 낸 대상은 진짜 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걸.
그날 스트레스를 준 건 팀장님의 말, 거래처의 압박,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런데 막내라는 ‘말하기 쉬운 사람’에게 감정의 파편을 던지고 나니,
돌아오는 건 더 큰 후회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점을 들렸는데
문득 책장에 꽂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제목 한 줄이 정곡을 찔렀다.

기분은 감정이다. 태도는 선택이다.

감정은 들이닥치는 것이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감정이 안 좋을 땐 입을 닫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수도 없이 들었고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이 오면, 감정은 먼저 행동으로 튀어나온다.
특히 무례하지 않을 권위가 주어졌다고 느낄 때,
사람은 더 쉽게 타인을 상처 준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20만 부 기념 개정판):감정조절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 - 심리/성격/

나는 생각했다.
‘힘들수록 더 잘 말하자.’
‘지쳤을수록 더 따뜻하게 반응하자.’

그건 내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힘든 날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지켜내는 사람이라는 걸,
그날의 후회로 배웠다.

다음 날, 나는 막내에게 직접 다가가 말했다.
“어제 내가 너무 예민했어. 너한테 그런 말투로 말해서 미안해.”
막내는 멋쩍게 웃으며 “아니에요, 선배님도 힘드셨잖아요”라고 말해줬다.

그 말에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졌다.
상대가 이해해 줬다고 해서 내가 괜찮은 사람인 건 아니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내 기분이 남에게 닿는 방식을 조심해야 한다.

그날 이후로 나는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김수현 작가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그저 감정을 억제하라는 조언서가 아니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다루는 법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태도는 습관이고, 습관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모습이 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분 때문에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 기분이 태도가 되어
상처 준 경험도 있을 것이다.

기분은 지나가지만,
내가 남긴 태도는 오래 기억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바쁘고 지치더라도, 말 한마디, 표정 하나만큼은 따뜻하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김수현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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